[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8년 10월호]

 
전문가 인터뷰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

  
사회문제는 반드시 사회비용을 발생시키며, 그러한 사회비용을 파악하는 일은 해당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절감되는 사회비용, 또는 창출하는 사회편익을 산출할 수 있게 해준다. 계량화된 사회비용 자료는 SIB 사업 기획 시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며, SIB뿐 아니라 일반 공공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추진 근거를 마련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에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와 팬임팩트코리아는 사회비용 데이터 연구·축적의 첫 발걸음을 떼기 위해 환경·보건 분야 사회비용 조사를 기획하였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 연구를 의뢰하였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연구진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 김청일 연구원, 강진영 연구원으로 구성되었으며, 연구진은 올해 6월부터 연구에 착수하여 국내·외의 환경·보건 분야의 사회비용들을 조사하였다.

사회비용 연구의 필요성을 알리고 연구수행 과정을 청취하기 위해 이번 SIB 매거진 10월호에서는 연구진을 대표하여 홍종호 교수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먼저 교수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을 간략하게 공유해 주시기 바란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산에 나무를 심는 조림(造林) 활동을 많이 했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환경의 가치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나무를 심는 일은 힘들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을 가꾸고 아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경험을 계기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경제활동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 에너지와 자원부족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관련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다. 자연자원을 보존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관계를 아우르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는 SIB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SIB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인간의 경제활동은 개인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의 결과 사회편익과 같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사회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먼저 정부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항상 성공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고, 때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돈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만 언제나 예산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던 중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을 알게 되었다. SIB는 시장경제 내에서 사회문제와 정부실패를 동시에 해결함으로써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성과가 발생할 경우에만 보상함으로써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고, 이는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또한 투자자, 운영기관, 수행기관은 사회적 가치실현에 기여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사회비용 연구에 대한 질문을 드리기에 앞서, ‘사회비용’이라는 말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하여 사회비용의 개념과 사회비용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일반적으로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사회적 비용’, ‘사회적 편익’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사회비용,’ ‘사회편익’ 이라는 말이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이 용어를 사용할 생각이다. 경제주체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출하는 ‘사적비용(private cost)’이 있는데, 많은 경우 그 행위의 영향이 사적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관점에서 외부효과를 발생시키게 된다. 즉 개인의 의사결정에 따른 경제활동은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시장경제 내에서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그 결과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당사자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쉬운 예로 자동차를 구매하여 타고 다니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동차를 구매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사적비용’을 투입하는 행위이지만, 그로 인해 대기오염과 소음발생 등 환경오염이라는 외부효과를 야기하여 사회비용을 유발한다. 사회비용에는 사적비용과 외부효과에 따른 피해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맡으신 연구 주제가 환경ㆍ보건 분야 사회비용을 조사ㆍ정리하는 것인데, 연구의 개략적인 내용을 공유해 주시기 바란다.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와 팬임팩트코리아가 제안한 연구과제로서 특정 사회성과보상사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사업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사회비용 연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연구결과도 많이 축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진행한 의미 있는 연구이다.

사회비용 정보는 SIB 사업의 기획 및 성과보상 뿐만 아니라 공공정책의 평가에도 활용가능하다. 정부의 공공정책 역시 사회편익 증진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기존의 성과측정이 미비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비용 연구결과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비용 정보를 정부와 민간영역에도 공유한다면 신규 SIB 사업 발굴이 활성화되고, SIB 사업을 통해 정부의 예산절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간의 일반 공익사업에도 이 자료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연구주제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분야이고, 훌륭한 연구팀을 만나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환경·보건 분야 연구 영역에서 신뢰성 있고 공신력 있는 연구결과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료 선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는 순수 학술연구라기 보다는 실제 정책과 사업에 사용되도록 하는 실용적 연구이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영역의 수요자들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이번 사회비용 연구결과가 앞으로 다양한 정책 및 사업에 활용된다면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낄 것이다.

 
향후 어떤 분야의 사회비용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사회비용 연구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제도적, 환경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사회비용 자료를 통해 정부는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거나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진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지만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비시장재에 대한 가치평가의 경우 별도의 심도 있는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연구는 사회비용 추계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학술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기초 연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면 좋을 것이다.

사회비용 연구를 토대로 증거기반 정책이 확산된다면 사전에 효과를 검증함으로써 정부정책의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증거기반이라는 것은 정책의 적용대상과 비(非)적용대상에게 돌아가는 정책 효과의 차이를 엄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예상하지 못했던 정책의 부작용이나 정책집행 비용의 증가 등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회비용 연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예로, 과거 멕시코에서 도시 대기질 개선을 위해 차량 5부제를 시행한 적이 있다. 대기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대기질이 더욱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왜냐하면 차량 5부제 정책에 반응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주민들은 차량 5부제가 도입되자 오염저감장치가 없는 값싼 중고차를 추가로 구매함으로써 계속해서 차량을 운행하고자 했다. 그 결과 오히려 대기질이 나빠진 것이다. 선한 의도로 정책을 했지만, 그 결과는 더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앞으로 사회비용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들이 더 늘어나고 이것이 SIB 사업을 비롯하여 다양한 정책수립에 활용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기 바란다.

사회비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에서 예산을 지원하여 이번 연구사업을 추진한 것은 정말 뜻 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협의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팬임팩트코리아도 지금까지 어떻게 일을 해 왔는지 알기 때문에 응원해주고 싶다. 나는 ‘헌신된 소수의 힘을 절대 과소평가 하지 말라’는 말을 좋아한다. 선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소신 있는 행동을 해야 하며, 때로는 위험감수도 해야 한다. 팬임팩트코리아는 헌신된 소수가 모여 선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킨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SIB 사업이나 사회비용 연구와 같이 우리 사회에 유익한 일이 더 확산되고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다양한 사회경제 정책 분야에서 사회비용과 관련한 활발한 연구가 지속되면 좋겠다.



 
[ 지난 인터뷰 보기 ]

2018년 8월호 :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
2018년 7월호 : 팬임팩트코리아 이영옥 기획예산팀장
2018년 6월호 : 서울시복지재단 남기철 대표이사
2018년 5월호 : 엠와이소셜컴퍼니 김정태 대표
2018년 4월호 : 사단법인 피피엘 김동호 이사장
2018년 3월호 : 부산광역시청
2018년 2월호 :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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