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8년 10월호]

 
SIB 사업을 통해 제공된 개입 프로그램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성공하는 경우는 고민할 일이 없지만 실패에 대해서는 막연히 두려워하고 우려한다. 만약 성과 측정 후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여기서는 SIB의 성공과 실패가 가져오는 영향과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도록 하자.



1. SIB 프로그램의 성공

사회문제 해결 : 목표한 성과달성을 통해 사회문제가 개선된다.

사회비용 절감 : 사업이 성공하여 투자자에게 성과보상금을 지급하더라도 그보다 더 큰 사회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공공의 순편익을 남긴다.

투자자 이익 창출 : 투자자는 성과보상금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남긴다.

데이터 축적 : 사회비용 추계 및 성과측정 등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다른 정책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프로그램 효과 검증 : 성공한 프로그램의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된다.

검증된 프로그램의 확대 및 확산 : 객관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검증된 프로그램의 규모를 확대하거나 다른 지역에 확산할 수 있게 된다.

자원의 선순환 및 공공사업 확대 : 정부는 사회비용을 절감하고, 투자자는 자금이 상환되어 더 많은 공공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2. SIB 프로그램의 실패

성공하면 앞에 언급된 바와 같이 다양한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실패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SIB 프로그램이 실패하면 큰 손실이 발생하고 정책의 확장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 SIB가 아닌 일반 공공정책이라면 이 말이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SIB의 경우에는 이와 다른 부수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먼저 일반 공공정책과 SIB가 실패하는 경우를 비교함으로써 SIB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 공공정책 실패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정부예산의 손실 : 재정을 집행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부 예산의 손실이며 이는 납세자의 손실로 귀결된다.

정책적·정치적 부담 증가 : 사업 실패와 재정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정책 결정자들의 부담과 정치적 논란이 증가할 수 있다. 성과 없는 재정의 손실은 결국 또 다른 사회적 손실을 일으키게 된다.

다음으로 SIB 사업 프로그램이 실패할 경우를 살펴보자

투자자의 재무적 손실 발생 : SIB 사업이 실패하면 투자자의 재무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손실, 즉 납세자의 손실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납세자의 불가항력적인 손실과 달리 SIB의 투자 손실은 기대수익과 위험을 동시에 인지하고 참여하는 자발적인 투자자들에게 부과되는 손실이며, 투자의 본질과도 괴리되지 않는다. 게다가 SIB 투자자들은 수익과 사회공헌을 모두 추구하는 융합적 목적을 지닌 투자자들이라는 점에서 순전한 영리적 투자자와 달리 사업의 의미도 함께 고려하여 기꺼이 리스크를 분담하고자 한다.

물론 그렇다 해도 투자자가 재무적 손실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SIB 프로그램 실패 시의 부담으로 투자자의 재무적 손실을 드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SIB는 일반 예산사업과 달리 프로그램 실패 시에도 사회적인 효용이 발생하며, 투자자의 재무적 손실을 상쇄하는 지식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SIB 프로그램이 실패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은 다음과 같다.

정부예산 미집행으로 납세자 부담 제거 : 정부가 비용에 예산을 사전집행하는 일반적인 공공정책과 달리 SIB는 성과를 확인한 후에 사후적으로 집행한다. 따라서 사업 실패 시에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납세자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을 수 있다.

프로그램 효과 검증 : 사전에 합의된 지표로 독립적인 평가기관에 의해 성과를 측정함으로써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검증과정을 통해 성공 시에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실패 시에는 사업을 개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데이터 생성 및 축적 : SIB는 지표발굴과 성과측정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하게 되며,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정책을 개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3. SIB 체계의 유용성

영국이 시행한 세계 최초의 SIB 사업의 경우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관련 사업이 일반 정책으로도 확산되는 기회를 얻었다. 반면 미국의 첫 SIB인 뉴욕시 사업은 실패하여 자금을 투입한 골드만삭스와 블룸버그재단은 720만 달러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미국은 첫 SIB가 실패하였으니 정책 담당자는 비난받고, 투자자는 기업에서 책임을 지고, SIB 정책은 확산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현재 미국은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SIB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가 되어 있으며, 해당 사업의 투자자는 여전히 다양한 SIB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여·야 의원이 협력하여 SIB 활성화를 위한 연방법까지 발의하여 2018년 2월에 통과시켰다.

미국의 첫 SIB 사업 실패 후, 뉴욕시는 ‘납세자의 세금을 전혀 소모하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하였고, 이후에도 SIB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관점이 전환된 정부의 시각을 보여주었다.

SIB는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새로운 방법론이자 수단이지 그 자체가 사업 프로그램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실패가 정부나 납세자의 실패로 귀결되지 않으며, SIB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와 SIB 방법론의 유용성은 분명하게 구분하여야 한다. SIB 프로그램이 실패하더라도 정부 재정 부담 없이 해당 프로그램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것은 납세자의 이익으로 환원된다. 결국 SIB라고 하는 체계의 유용성은 프로그램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 시에도 드러나게 된다.

 
작성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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